ETC.

오페라 - 예브게니 오네긴

종보샘 2010. 10. 12. 08:27

제 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있어서 경험 삼아 오페라를 보러 갔다. 제목은 "에브게니 오네긴" 러시아 미하일로프스키국립극장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가 합작한 작품이란다.

러시아 작품인데 푸쉬킨 원작에 차이코프스키 오페라란다. 오네긴에게 무참히 사랑을 거절당한 타치야나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는데 내 생각엔 순간적인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3만원 짜리 좌석이다. 1층에서도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았는데 무대 아래에 있는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고 소리가 잘 느껴지지 않아 중앙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옆의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여기 왜 왔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몸을 비비 꼬고 신발을 벗었다가 긁었다가 다시 신는 등의 행동을 보여 집중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무지하게 지루했다.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연극이나 뮤지컬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돈을 내고 들어와 있는 것을.

   

1막에서 타치야나 여동생 올가와 사랑에 빠진 이웃 집 렌스키가 그의 친구 오네긴을 데리고 타치야나 집에 놀러간다. 타치야나는 책만 읽고 공상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 처녀였는데 오네긴과 하루 산책하고 나더니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해서 그만 사랑에 빠져 편지를 쓴다. 오네긴은 그런 타치야나에게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좀 더 정숙해지라고 충고한다.

2막에서 올가와 렌스키가 결혼 날짜를 받고 파티를 벌인다. 거기서 사람들이 오네긴을 뒷담화하고 그 수군거리는 것을 오네긴이 듣고는 이 곳에 초대한 렌스키를 약올려 화를 풀려고 한다. 렌스키를 약올리려고 올가와 계속 춤을 추고 화를 주체 못한 렌스키는 그만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결국 결투에서 렌스키는 죽고 친구를 죽인 슬픔에 오네긴은 악몽에 시달리며 여행을 떠나버린다.

3막에서 몇 년 뒤 오네긴은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왕궁에서 열리는 사교계 파티에 참석한다. 거기서 퇴역장군의 아내가 되어 있는 타치야나를 본다. 그녀는 너무 정숙해 보였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의 안정을 되찾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네긴은 몰래 타치야나에게 다가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타치야나는 물론 오네긴을 사랑하지만 지금의 남편과의 정조를 지키겠다며 뿌리친다. 오네긴은 자신의 이런 운명을 비관하며 마친다.

   

이 오페라에서 강조한 화려한 발레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파티에서 아주 잠깐 나온 것도 대충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일부러 대충 했는지 아니면 배역자들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점을 내리자면 10점 만점에 2점이다. 아, 내 아까운 시간과 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