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일지(수업)

부진아 지도를 다시 생각하다.

종보샘 2016. 6.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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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부진아 지원은 땜질식 처방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를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2,300여곳)로 정해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돌봄이 부족하거나 정서ㆍ행동 장애 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두드림학교(600곳)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중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학습부진아 지원조차 철저히 실전연습, 문제풀이 등 일회성 교육에 맞춰져 있다. 경인교대 이대식 교수는 “문제풀이를 계속 시키니까 성적이 반짝 오를 수는 있지만 결국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많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이라고 말했다. 가정불화ㆍ빈곤 등 학습부진의 다양한 발생원인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험성적 향상 등 결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학습부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곤욕인 학생들에게 방과 후 또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보충수업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그나마 남아 있던 학습의지까지 꺾어버린다.
때문에 통계로 드러나는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2010년 4.2%에서 지난해 3.4%로 감소했지만 실제로 학습부진이 해결됐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는 “학습부진 문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올해 4월 발표한 ‘학교 현장 학습부진 지도 실태조사’에서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사 518명 중 96%는 ‘학습부진 학생은 학년이 바뀌어도 학습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답했다.

획일화된 기준ㆍ낙인 효과도 우려
학습부진에 대한 평가가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주요 과목 중심으로 실시되는 것도 문제다. 서울 강일고 김환섭 교장은 “실용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에게 음악은 주당 1시간만 듣게 하고, 국어ㆍ수학ㆍ영어 중심으로 가르치면서 ‘너는 기초학력이 부진하니까 방과후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일선 학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화된 기준에 맞춘 성취도평가가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학습부진아’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낙인효과만 낳는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백병부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낙인에서 벗어나 교사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지원한다는 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움이 느린 아이’ ‘배움찬찬이’ ‘노력형 학습자’ 등으로 바꿔 부르고, 학습부진아 판별 목적이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목적 잃은 성취도평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기선 교수는 “경쟁위주의 학교 교육은 자살, 따돌림 같은 여러 병폐를 불러일으킨다. 0교시 수업, 강제된 자율학습 등 각종 부작용을 안고 있는 성취도 평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2012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답한 한국 학생 응답률은 60%로 조사대상 65개국 중 꼴찌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너 왜 어제도 수업에 안 왔니? 자꾸 빠지면 선생님한테 혼난다.” “.....” 
 “오늘 수업에는 꼭 와야 돼?” “ 안 가면 안돼요?” 
 현규는 오늘도 교무실에 불려와 혼이 난다. 방과후에 실시되는 특별 보충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규는 반 친구들에게 자신이 특별보충 수업 대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방과후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싫다. 그리고 수업에 가 봐야 어렵고 사실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이미 현규는 3년 내내 이렇게 특별 지도를 받고 있는 중이다. 수업을 담당하는 김선생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실 시간에 또 한시간의 수업을 더 해야 한다. 오늘도 아이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지 않는 아이를 찾으러 다니며 때로는 협박을, 때로는 먹을 것을 준비하여 달래 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 문제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까지 하면 몇 몇 아이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소위 부진아 지도는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과정이외의 학습지도 활동으로 일선 학교에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6차와 7차의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대상과 개념의 차이에 따라서 기초학습 부진학생 지도와 특별보충 과정이 있다. 기초학습 부진학생 지도는 7차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현재 중학교 1, 2학년 중에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고 쓰는 능력에 미달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어 수업과 6차 교육과정에 해당되는 중3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수업이 진행된다. 특별보충과정이란 각 학년의 최저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영어, 수학의 학업 성적 평점이 40~60% 미만인 학생)의 학습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실력향상반(기초학습 부진학생지도)과 특별보충반을 운영하고 있다. 실력향상반은 자체 평가 자료에 의해 극히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특별보충반은 전체 인원 중에서 약 10%의 하위 그룹 학생들이 대상자로 선정하여 1, 2학기 각각 12시간씩 실시되고 있다. 실력향상반은 10명 이내, 특별보충반은 25명의 학생들로 편성되지만 실제 출석하는 학생은 20%(2, 3학년) ~ 30%(1학년)에 불과하다. 왜 학생들이 무료로 수준에 맞게 과외로 가르쳐 주겠다는데도 기피하는가? 위의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다른 친구들보다 부진해서 특별 수업을 받는 것이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아이들은 하루에 6교시라는 정규 교과시간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또 부진아 지도를 따로 받는다 하더라도 정규 수업 시간에는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 이미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능력이 미달되는 수준에 있는 학생들이 기초적인 것을 배우더라도 정규수업시간에는 이미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단계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진의 정도는 더 심해지며 평가단계에서도 그들의 과외의 노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부모들도 기초학습의 보충보다는 학원 수강을 통해 평가 점수를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나마 결석하지 않고 매번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는 학생 1~2명 정도는 효과가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교사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매년 학기초에 교육청에서는 기초학습부진학생 지도 및 교과학습부진 학생을 위한 특별보충과정 지도에 대해 공문과 예산을 보내고 있다. 일선학교에서는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보고하고 반드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교사들의 지도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사항이므로 보통 수업이 1시간이라도 적은 교사나 좀 더 젊은 교사가 그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의욕을 가지고 새롭게 지도하기에는 이미 꽉 찬 수업 시수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정규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 외에 추가로 부진아 지도를 위한 새로운 교재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개발되어 보급된 자료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수준과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매우 낮아 영어의 경우 A, B, C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1시간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와 교과 지도비가 14,000원씩 지급되지만 정규 수업과 학생지도, 그리고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유인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교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욕을 가지고 지도를 하려고 해도 저조한 출석률은 사기를 저하시킨다. 실제 수업보다는 매번 결석한 학생을 찾아가서 꾸중을 하고, 때로는 회유하며 시험문제를 푸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온갖 감언이설을 해야 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다. 
  
 학교 당국은 상급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고 교사는 의무사항이라는 학교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고, 학생은 반드시 수업에 참여하라는 담임교사와 해당 수업교사의 지시를 어길 수 없다. 서로의 간절한 필요가 실종된 가운데 해야만 하는 의무만이 존재한다. 
  
 진정으로 부진아들을 위하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 초등학교 단계에서 학습 부진아에 대한 지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부진아들은 이미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학습결손이 심각한 상태이다. 초등학교에서의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은 기본 학습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아동은 이후의 학습과정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부진의 누적이 심각해지고 아동은 학습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게 되고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누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초등학교에서 학습 부진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수준에 맞는 수업이나 특별 지도가 이루어진다면 평가에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 평가와 수업이 2원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부진아를 위한 특별 수업은 학생들에게 꼭 배워보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게다가 유급제도가 없는 조건에서 학부모와 학습 부진아들은 특별지도에 대해 부차적으로 여기기 싶다. 
  셋째, 부진아를 위한 교재나 학습교구에 대한 특별 제작과 전담 교사제도, 또는 부진아 지도 교사에 대한 수업 시수의 고려 등과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단순히 수준만 낮춘 교재의 개발이 아니라 심리학적이고 교육학적인 기초에 근거한 자료를 연구해서 보급해야 한다. 부진아 지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 그리고 그 속의 교사, 학부모의 협의의 과정을 통해서 필요성이 부각된 뒤에 부진아 지도는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정책의 시행은 예산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정서적인 갈등만 낳기 싶다. 



2002, 2014년도에도, 그리고 지금 2016년도에도 부진아에 대한 정책과 대응은 한결 같다.
올 해, 학습부진아지도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학교 사정상 학습 부진아지도를 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학생은 4,5,6학년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의 학습부진아 5명. 10여년 간의 교직 경험과 부진아 지도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부진아 학생들은 자존감이 낮고 부진아 수업을 받기 싫어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맡은 아이들도 부진아 수업을 받기 싫어 하였다. 그래서 내가 접근한 방법은 컴퓨터실에서 기초학력 보정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보정학습을 하고 남는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게임이나 웹서핑 등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호응이 좋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4학년 학생은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이 더 좋다며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그 학생은 방과후에 남아서 같이 공부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이나 점심시간 등 그 학생이 정규수업시간 외에 시간이 있고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그 학생을 불러서 보정학습을 한다. 도망간다고 붙잡지 않고 서로가 공부할 시간이 될 때 같이 공부하니 그 아이는 좀 안정이 된 듯하다. 6학년 학생 중 한 명은 나와의 관계도 좋고 학습능력이 나쁘지도 않았고 단지 진단평가를 칠 때, 뒷 면을 쓰지 않아서 학습부진아로 판명된 아이였다. 그 아이는 나를 만나러 와서 꾸준히 보정학습을 같이 하였지만, 그 학생이나 나나 시간 낭비라는 것을 공감하고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나와 만나서 도움을 받기로 하고 의무적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나머지 두 학생은 컴퓨터실에서 보정학습을 하고 부진아가 아니지만 같이 컴퓨터 게임(마인 크래프트)을 하러 온 학생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에 익숙해 있다. 
 나머지 한 학생이 가장 문제다. 그 학생은 나와 국어와 사회 부진학습을 하고 영어회화 선생님과 영어부진학습도 해야하는 학생인데, 모든 부진아 수업을 온갖 핑계를 대고 도망을 간다. 컴퓨터 게임 때문에 한동안 오다가 최근에는 그 게임도 잘 못해서 그런지 미리 언급을 하고 전화를 하고 방송으로 불러도 도망간다. 부진아 지도가 무슨 술래잡기도 아닌데 술래잡기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붙잡아 놓는다고 해도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오늘은 그 학생을 점심시간에 도서관으로 불러서 그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라서 읽고 그 내용을 나에게 설명하도록 약속을 하였다. 지금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배우는 내용과 관련 있는 쉽고 가벼운 책을 읽는 것이라 판단 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어떻게 바뀔지 지켜봐야겠다.

월요일까지 읽고 설명하기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