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그룹에 소속되어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서 뭔가를 하는 게 서툴렀고, 그래서 정치 모임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학생운동을 지지했고, 개인적인 범위에서 가능한 행동은 취했습니다. 하지만 반체제 파벌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이른바 ‘내분’으로 사람 목숨을 어이없이 앗아 가는 사태가 벌어진 뒤부터는(우리가 항상 쓰던 문학부 강의실에서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학생 한 명이 살해되었습니다)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 운동의 존재 방식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 옳지 않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건전한 상상력이 상실되어버렸다.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거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우리 마음속에 남겨진 것은 뒷맛이 씁쓸한 실망감뿐이었습니다. 아무리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