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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교육 현장의 미신들"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종보샘 2016. 8. 5. 15:54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교육 현장의 미신들"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훌륭한 교사는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터넷에 최고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올리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겨 유명해진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만 칸 역시 교육계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일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에게 강요된다. 임상실험조차 거친 적 없는 신약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 벌어진다. 왜 50분 강의하고 10분을 쉬어야 할까, 지금의 학년제는 무슨 기준으로 정한 걸까, 방학은 꼭 있어야 하나, 시험이 정말 문리를 깨치는 데 도움이 되나. 그는 모든 일이 미심쩍어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중이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온 경험에 비춰보면 여기에 몇 가지 의문을 보태고 싶어진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써야 하는 것으로 굳어져버린 (그림)일기, 중·고등학생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독서 후기 등이 과연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까. 이것들이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공범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이제 나향욱이란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친 몸통에 주목해야 한다. 나 기획관의 얘기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는 철저히 미국식 신자유주의 교육관에 물들어 있는 사람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으니까 위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살게나 해주면 된다, 우리도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교롭게도 이 제도는 주로 서울 강남 출신 학생을 인성 좋고 잠재력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그동안 대학 구조개혁,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등 굵직한 기획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제도들에 그의 ‘철학’은 얼마나 반영된 걸까. 교육부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진을 거듭해온 그가 조직에서 드물게 튀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식 신자유주의 교육에 매몰됐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신자유주의 사고라는 게 이미 본산지인 미국에서조차 처참하게 찢겨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서는 교육을 둘러싸고 두 가지 생각이 대립해왔다. 좌파는 소득의 불평등과 인종차별이 학교에서도 재현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당연히 무상교육과 복지 확대를 통해 기회균등을 실현하고자 했다. 우파는 이런 식의 좌파식 발상이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난해왔다.

이제 교육 현장에서 철학은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살만 칸과 같은 이들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 덕분이다. 지금까지 학생·학교·교사·가정 가운데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한때는 학급당 학생 수만 줄이면 학력은 덩달아 올라가리라고 믿었다. 각 가정의 소득 수준과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일치한다고 여기기도 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간과했던 점이 최근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육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교사였다. 한때는 그 분야에서 성공할 자신이 없는 피신자가 택한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바로 그 교직이 교육의 주역이었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의 존 헤티가 전 세계 학생 2억5000만명에 관한 6만5000건 이상의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교실의 사이즈, 능력에 따른 교실 배치, 또는 근사한 교복에 이르기까지 수백 건의 교육 간섭 효과 가운데 단연 으뜸은 교사의 전문성이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자 에릭 하누셰크에 따르면 한 학기에 상위 10%의 교사는 하위 10%의 교사에 비해 학생들에게 3배나 더 많은 배움을 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운 좋게 초등학교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가난으로 인한 학업 결손을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학자 토머스 케인 같은 이는 만약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이 모두 상위 25% 안에 드는 교사에게서 배운다면 8년 안에 흑백 간의 학력 격차는 완전히 사라지리라고 본다. 또한 미국 교사의 평균 질이 모두 지금의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미국과 아시아계의 학력 차는 4년 안에 없어지리라고 장담한다. 인종 간에 분명한 능력 차가 존재한다는 우파의 믿음은 착각이다.

2011년 교육에 관한 태도 조사에서 미국인 70%는 훌륭한 교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에 기초해 미국의 돈 많은 사립학교들은 끊임없이 우수한 선생을 영입하고 모자란 선생을 쫓아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맥 빠지게도 최근의 연구 결과는 평범한 교사라도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교사 양성기관들은 학생을 혹독하게 조련하는 의과대학과 프로 스포츠의 코칭 시스템에서 착안한 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돌려 학교 현장에 우수한 교사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공허한 이론을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뺏기는 기존 교사 양성 대학과 달리 교습생에게 현장 교육 경험을 많이 심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길러낸 교사들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높은 행동 기준을 밀어붙이며 시간을 현명하게 관리한다. 단골로 손을 드는 아이들에게 의존해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스스로 학생들에게 차가운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한다. 끊임없이 동료 교사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학생들과 상호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교실의 경영자가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 교사 양성기관들은 졸업생이 학교에 나가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 일일이 체크한다. 마이클 조던을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유능한 코치처럼 평범한 교사를 바꿔놓는다는 이들의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학교에는 혁명과 같은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부자 나라인 OECD 가입국의 교사 가운데 5분의 2가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 유럽과 미국의 교육계에서 부는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교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미신들은 가차 없이 추방되고 있다. 그동안 교사를 선도 대상으로만 알아왔던 교육부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세력인지 모른다. 누구보다도 나향욱 기획관이 자기 조직의 구태를 잘 대변했다고 여긴다. 그의 발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길이 없다. 경중을 따지자면 국민을 개·돼지로 여긴 오만보다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무지가 더 불량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경보다 교육부가 중요할 이유가 없다.

참고한 활자:<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알에이치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워싱턴 포스트>


나는 여기서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의 존 헤티가 전 세계 학생 2억5000만명에 관한 6만5000건 이상의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교실의 사이즈, 능력에 따른 교실 배치, 또는 근사한 교복에 이르기까지 수백 건의 교육 간섭 효과 가운데 단연 으뜸은 교사의 전문성이었다."와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자 에릭 하누셰크에 따르면 한 학기에 상위 10%의 교사는 하위 10%의 교사에 비해 학생들에게 3배나 더 많은 배움을 준다." 부분을 찾아보았다. 교사의 전문성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우수한 교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멜버른 대학의 존 헤티가 메타 분석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Hattie Ranking: 195 Influences And Effect Sizes Related To Student Achievement
그림에서 파란색(2015)은 빨간색(2009), 녹색(2011)이 있는데 셋 모두 헤이티의 메타 분석 자료이다. 학업 성적에 영향을 주는 138개의 요소를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상위는 '교사의 성취도 예측'이었다. 그 다음으로 '교사 집단 효능감'과 '자기 평가', '피아제 프로그램' 순이었다. "수백 건의 교육 간섭 효과 가운데 단연 으뜸은 교사의 전문성이었다."는 맥락은 어느정도 일치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자 에릭 하누셰크에 따르면 한 학기에 상위 10%의 교사는 하위 10%의 교사에 비해 학생들에게 3배나 더 많은 배움을 준다." 부분을 찾다 보니 이런 기사가 나온다. 2011년도 기사다.
"바보야,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야!" -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둘째, 교원 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교사의 연봉 수준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에릭 하누셰크(Hanushek) 교수는 미국 초·중·고의 바닥권 교사 5∼8%를 평균적 교사로만 대체해도 현재 OECD 하위권인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국제 순위가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최근 연구에서 밝혔다. 그만큼 교사의 질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교원 평가를 제도화해서 무능 교사를 퇴출시킨다면 공교육만으로도 현재 상위권인 수학·과학 국제 순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엥? 이게  뭐지?  이 자료는 교원 평가를 통해 무능 교사 퇴출을 정당화하는 자료인가?'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았다. 다음은 그의 글이다.
"All in all, the international evidence on the role of school inputs in educational production provides little confidence that quantitative measures of expenditure and class size are a major driver of student achievement, across and within countries. Studies using different methods to identify causal class-size effects consistently find no strong effects of class size in most countries. The cross-country pattern suggests that class size is a relevant variable only in settings with low teacher quality. Descriptive evidence suggests that measures of the quality of inputs and, in particular, teachers are more closely related to student outcomes. However, research in this area awaits more work to identify the underlying causal links."
번역을 하면 다음과 같다. "대체로 국내외로 교육 생산에 있어 학교 입력의 역할에 대한 국제적인 증거는 교육비 지출의 양과 학급 규모가 학생들의 성취의 주 원동력이라는데 낮은 신뢰도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급 규모의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는 다른 방법의 연구에서도 학급 규모가 강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찾아냈다. 국가간 패턴에서 학급 규모는 질 낮은 교사와의 설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있음을 시사한다. 입력의 질의 측정, 특히 교사가 학생의 성과와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는 저변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즉, 학급 규모와 학업 성취와의 상관 관계는 단지 질이 낮은 교사일 때만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 The Economics of International Differences in Educational Achievement, 128.p
이 표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학교와 교사의 질이 학업 성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teacher quality"로 더 검색을 해보았지만 교사의 질에 관한 정의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In both studies, class-size effects were detected only in countries with relatively low teacher salaries and education. The pattern is similar within countries in which the education level of teachers varies. In these countries, the estimated class-size effect tends to be larger in classes that are taught by teachers with lower education. Interpreting average teacher salary and teacher education as proxies for average teacher quality, the results suggest that relatively capable teachers do as well when teaching large classes as when teaching small classes. By contrast, less capable teachers do not seem to be up to the job of teaching large classes, while doing reasonably well in small classes. Consequently, the pattern of international effect heterogeneity suggests that class-size effects occur only when the quality of the teaching force is relatively low."- The Economics of International Differences in Educational Achievement, 137.p
대충 번역하자면, 학급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평균적으로 낮은 교사의 급여와 교사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 때는 학급 크기를 작게하면 되고 학급 크기를 크게하면 더 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교사의 질은 '적은 급여'와 '교사 교육'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보았을 때는 김인규 교수의 교원 평가제와 무능 교사 퇴출론은 근거가 부족하다. 

다행히 이 기자는 무능 교사 퇴출론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이런 생각에 기초해 미국의 돈 많은 사립학교들은 끊임없이 우수한 선생을 영입하고 모자란 선생을 쫓아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맥 빠지게도 최근의 연구 결과는 평범한 교사라도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지 않아 검색하지 않았지만 이번 기사 분석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지 않으면 쉽게 세뇌(현혹)될 수 있다.
  2. 교사의 전문성이 역시 중요하다.
  3. 교사의 평균 임금 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어야 하겠다.
  4. 교원 평가제와 성과금 제도는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