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일지(수업)

백합초 영어독서캠프 일지 1일차

종보샘 2012. 1. 5. 19:54


 오늘은 오후반. level 1을 맡았다. 원어민과 사전에 간략한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나 학생들의 수준을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보고 거기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첫 시간이라서 그런지 산만하였고, 출석 부르기, 책 나눠주기, 워크북 나눠주기를 하다가 보니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책은 'All about me'라는 제목의 책으로 자기에 관한 책을 만드는, level 1에 적합한 수준이었다. (제 1언어로서의 level1) 학생들은 대부분 1학년이었으며 주의가 산만하여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수업에 집중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 집중하지 못하고 소란을 피우는 그룹도 있었다.
 원어민은 그 책을 돌아가며 한 문장씩 읽도록 하려하였다. 나는 그것을 막고 교사가 먼저 읽으면 학생들이 따라 읽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따라서 '말하는 것'은 하였으나 '읽는 것'은 못하였다. 학생들이 다른 쪽이나 다른 줄, 다른 단어들에 시선을 두었다.
 책읽기가 끝나자 원어민이 만든 자기소개 PPT를 보고 워크북에 있는 자기소개 그림과 간단한 문장 만들기, 단어 매칭, 발표하기 등의 학습을 하고 게임으로 Phonics Mario bomb game, bingo game을 하였다. 
 중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던 000란 아이는 결국 빙고게임을 하지 않으려 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였다. 처음 만났는데도 예사로운 아이가 아니였다. 지각, 준비물 없이 앉아있고 연필 빌리라니까 귀찮다고 안빌리고 연필사용 후 교사에게 갖다주기 귀찮으니 대신 갖다주라는 등 인내심을 시험하였다.
 빙고게임 대신에 00를 데리고 나와 쓰레기 주워서 영어로 갯수 세기, 칠판 빨리 지우기를 하고 책 만들기를 같이 했는데 곧잘 따라서 만들었다.
00란 아이는 다인수 집단활동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만 개별적으로 활동 할 때에는 높은 집중력을 발휘 하였다. 단지 그에게는 남보다 더 많이 참고 기다려주고 관심 가져주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어캠프 운영에 대한 생각. 이처럼 무슨 수업이던지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형성과 학습자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번 캠프는 강사 순환제로 이루어져서 원어민, 내국인 강사 모두 매번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학생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되어 강사와 학생 모두에게 매일 생소한 수업이 되게 구성되었다. 이런 방식은 원어민, 내국인 순환제는 두 강사가 협력수업을 구성하기가 용이하다는 점과 다양한 강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했다시피 학습자 중심이 아니라 교사중심이라서 단점이 많다.
 각각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어캠프가 많이 바뀐다. 지난 영어캠프에서는 원어민 강사만 순환하고 내국인 강사는 담임제로 했었다. 그렇게 하면 내국인 강사가 학생들을 잘 관리하여 학습지도 및 상담이 잘되는 이점이 있었지만 원어민 강사들이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을 몰라 아무리 미리 설명 해줘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정규수업에서는 원어민과 내국인 모두 담임제인데,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마주하고 협력수업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으나 잘못된 관계형성이 고착화된다는 단점을 가진다.
 나는 이 중에서 그나마 원어민과 내국인 강사 담임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관계형성이 가능하고 협력수업에 대한 사전, 사후 협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구성방식의 다양성에 따른 장단점을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담당자와 장학사들이 감안해서 다음에는 원어민, 내국인 강사 담임제로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