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문화심리학

문화 심리학은 어디에서 왔는가?

종보샘 2020. 6. 12. 14:00

문화 심리학은 어디에서 왔는가?

 

심리학에서 문화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학문으로서 심리학의 아버지로 널리 일컬어지는, 1879년에 세계 최초의 심리실험실을 만든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그 자신이 문화 심리학자였다. 분트는 심리학 연구에 실험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그 분야를 과학으로 다루기 시작함으로써 유명해졌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가 현대의 문화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대략적으로 포착한 ‘볼커심리학Volkerpsychologie’, 또는 ‘민속 심리학의 요소Elements of Folk Psychology’(1921)라는 제목의 10권 분량의 책을 썼다는 점이다. 실험 심리학 연구에 분트가 기여한 바는 모든 심리학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문화 심리학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 분야에서 대부분 무시되었다.

 

비록 최근까지 주류 심리학에서 완전히 수용된 적은 없었지만, 분트의 초기 공헌 이후 심리학에서의 문화 연구는 많은 부흥을 가져왔다. 더 오래 지속되는 발전 중 하나는 구소련Soviet Union에서 일어났는데, 그 곳에서 발달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 알렉산더 루리아Alexander Luria, 알렉세이 레온티예프Aleksei Leontiev가 러시아 문화 역사학교Russian cultural-historical school로 알려진 것을 개발했다. 이 사상학파는 사람들이 바퀴, 농업, 민주주의와 같은 문화적 창조물과 같이 역사를 통해 그들에게 전해진 “도구tools” 즉, 인간이 만든 사상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사상은 일상 활동에서 실행되면서 인간이 만든 축적된 사상을 통해 지속되고 표현된다(예: Luria, 1928; Vygotsky, 1929, 1978). 이러한 사상은 최근에 많은 연구자들이 더 확장하고 개발하였으며(예: Cole, 1996; Cole, Gay, Glick, & Sharp, 1971; Rogoff, 2003; Scribner & Cole, 1981; Wertsch, 1998) 문화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 대전 직전에 시작하여 몇 십 년 동안 지속된 것은 다수의 인류학자와 성격personality 심리학자들이 “문화와 성격 연구culture and personality studies”로 알려진 대규모 학제간 연구사업에서 함께 일하던 시기였다.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는 1934년에 이 사업의 원형격인 예로 종종 보여지는 문화의 패턴Patterns of Culture이라는 책을 썼다. 그녀는 이 책에서 성격이란 개인적인 것이고, 문화란 대중적인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사상은 후속 학자들이 정교화하고 비평하였다. 심리학자들과 인류학자들 사이의 이러한 협력은 학문분야를 가로질러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끌어모으고 연구의 큰 물꼬를 텄다. 그러나 1950년대에 대규모 연구사업은 문화 내의 개별적인 변수에 충분히 참여하지 않고, 견고하고 일관성 있는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 종국엔 처참히 끝을 맺었다(Levine, 2001).

 

사회 심리학 분야는 문화 심리학과 거의 같은 전통에서 출발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솔로몬 애쉬Solomon Asch가 지지한 이 분야의 지침은 사회 심리학이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바로 보지 못하는 어떤 심리학도 완전할 수 없다는 믿음을 지지한다”(Asch, 1959, 364쪽)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 심리학에서 실험방법의 우위는 사회성 연구에 대해 더 큰 실험적 통제력을 발휘하려는 노력과 병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과 가지는 사회 관계의 연구는 사람들의 실제 관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개 무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집단을 만들어 조사하는 경향이 있다(예: Hamilton & Gifford, 1976; Tajfel, 1970).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람들의 매력에 관한 연구는 전형적으로 사람들이 한번도 만나지 않은 가상의 낯선 사람이나(예: Byrne, Clore, & Worchel, 1966)을 무생물 자극에 노출하여(예: Zajonc, 1968) 평가한 것을 조사한다. 최근 문화 심리학 성장의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강력하게 고려하기를 원하는 사회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심리학은 20세기 초중반 행동주의 관점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때 정신은 심리학 연구와 크게 무관한 것으로 여겼다. 오히려 당시 관심사는 단순한 자극-반응 관계의 조건화를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찰 가능한 행동에 있었다. 1950년대에 심리학은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으로 알려진, 연구자들이 행동주의의 교리를 거부하고 사람들이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낸 의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지 혁명의 선도적인 설계자 중 한 명인 제롬 브루너Jerome Bruner는 혁명이 시작된 직후 정신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컴퓨터 은유에 더 관심을 가짐으로써 초기 시각에서 산만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Bruner, 1990). 의미는 정보로 대체되고,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는 정보 처리로 대체되었다. 브루너는 문화 심리학이 인지 혁명의 초기 지지자들이 원래 들고 있던 성화를 집어들고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에서 어떻게 의미를 도출하는지를 다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세기 동안 문화와 심리학의 관계를 탐구해 온 다양한 하위 분야와 동향 외에도 다수의 개별 연구자들이 이 주제와 끈질기게 씨름해왔다.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에 문화를 심리학적 연구로 진행한 핵심 인물로는 존 베리John Berry, 마이클 본드Michael Bond, 마이클 콜Michael Cole, 로이 드 안드레이드Roy D'Andrade, 케네스 거겐Ken Gergen, 패트리샤 그린필드Patricia Greenfield, 헤이르트 호프스테더Geert Hofstede, 월터 로너Walter Lonner, 실비아 스크리브너Sylvia Scribner, 마샬 세갈Marshall Segall, 해롤드 스티븐슨Harold Stevenson 등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엄청난 연구 노력은 다른 많은 비교 문화 심리학자들의 연구 노력과 함께 문화적인 심리학을 정신에 대한 새롭고 혁명적인 사고방식으로여기는 주류 심리학으로 재도입되는 계기를 설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문화심리학이 가장 최근에 재림하고 가장 영향력이 강하게 된 것은 다수의 중대한 논문과 책이 거의 동시에 출판되었을 때 나타났다. 수십 년 동안 문화와 심리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활동을 해 온 해리 트리안디스Harry Triandis는 1989년에 매우 영향력 있는 글을 썼는데, 그는 문화 전반에 걸쳐 관찰된 다양성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자아 개념self-concept의 문화적 차원과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Triandis, 1989b). 1990년에 제롬 브루너는 인간의 심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와 맞닥뜨리면서 파생된 의미를 고려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출판했다. 같은 해 스티글러Stigler, 슈웨더, 허트Herdt 등이 편집한 책에는 문화가 심리 연구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형을 제공하는 주요 글이 다수 실려 있었다. 같은 책에는 문화의 심리학적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리처드 슈웨더의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슈웨더는 그 글에서 정신과 문화가 서로 상호적으로 구성되므로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1991년, 하젤 마르쿠스Hazel Markus와 시노부 기타야마Shinobu Kitayama가 문화 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 된 획기적인 글을 발표하였다. 그 논문에서 그들은 인식, 감정, 동기 등 많은 심리적 과정이 자아 개념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다고 변론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연구자들이 자아 개념이 문화마다 다르게 형성된다는 방식을 받아들임으로써 많은 심리 과정에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네 편의 중대한 논문은 심리학과 문화 연구의 앞선 노력에서 제공받은 기초위에 세워졌으며, 그 후 수 년 동안 나온 많은 논문들에 의해 뒷받침되어, 새로운 심리학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한동안 사람들이 문화 심리학 연구를 해왔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수가 적었고 그들의 기여는 대부분 무시되어왔다. 문화 심리학이 주류 심리학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지 약 사반세기가 지났다. 당시에 보다 권위 있는 심리학과의 일부가 문화 심리학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이 주제에 관한 연구의 폭발을 이끌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를 하면서, 끊임없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지난 사반세기 동안 문화 심리학에서 탁월한 연구가 쇄도했다는 점이다. 정말, 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나와서 내가 따라가기 힘들었다. 둘째, 이 엄청난 양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한 많은 핵심 질문들은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문화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우리의 지식 기반에는 큰 격차가 있다. 특히 세계의 많은 문화는 심리 테스트 측면에서 미개척의 최전방 지역으로 남아 있다. 십중팔구, 심리학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문화 심리학 연구에 고심할 것이다.

 

요약

 

문화 심리학은 정신과 문화를 궁극적으로 뗄 수 없는 존재로 본다는 점에서 “일반 심리학”의 상당 부분과 대조를 이룰 수 있다. 기본 가정은 심리 과정이 처리되는 내용과 처리되는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른 맥락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특정 심리 과정이 모든 문화에 보편적인 것인지, 특정 문화에 국한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과정의 보편성에 대한 증거는 종종 그 과정이 고려되는 추상화의 수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심리 과정의 보편성 수준에는 (보편성을 높이기 위해 나열된) 비보편적, 존재가능한 보편성, 기능적 보편성, 접근가능한 보편성 등 네 가지 수준이 있다.

 

대부분의 심리 과정에 존재하는 보편성의 범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심리학 연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는 일반적으로 심리학을 수강하는 북미 학부생들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많은 연구는 다른 인구집단을 조사할 때, 종종 그 결과가 문화마다 상당히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다문화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문화적 차이에 관심을 가질 때,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더 잘 어울리고 더 많이 참여한다.

 

심리학의 역사를 통틀어 문화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므로 문화 심리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보다 최근인 1990년대 초반에 이 분야가 강세를 띄기 시작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양의 연구가 나왔으며 동시에 더 많은 해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생각해보라

  1. 문화란 어떤 종류의 집단인가? 당신은 분명히 “문화”라는 꼬리표를 붙일 자격이 있는 몇몇 집단과 그렇지 않은 다른 집단의 예를 생각할 수 있는가?

  2. 슈웨더의 “일반 심리학”에 대한 설명과 비슷하거나 다른 심리학 강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 지는가?

  3. 문화와 정신이 서로를 구성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4. 잠비아인 입문 의식의 행동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현대 산업화된 문화에서 성범죄로 간주될 것이다. 당신은 그 의식들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률과 규범을 위반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역 문화적인 의미가 있어 유지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5. 전 세계에서 행해지는 결혼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어떤 면에서 결혼 자체가 문화적으로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6. 심리학자들이 WEIRD 표본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7. 다문화적 관점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과 이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색맹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어떤가?

  8. 당신이 속해 있는 문화의 독특한 규범과 관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요 용어

일반 심리학General Psychology, 8 

비보편적Nonuniversal, 20 

존재가능한 보편성Existential Universal, 20 

기능적 보편성Functional Universal, 21

접근가능한 보편성Accessibility Universal, 21 

WEIRD 사회WEIRD Societies, 22 

뮐러-라이어 착시Müller-Lyer illusion, 23 

색맹 접근법Color-Blind Approach, 26

다문화적 접근법Multicultural Approach, 27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 29 

러시아 문화 역사학교Russian Cultural Historical School,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