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일지(수업)/2016 체육과학전담

2016년 3월 3일 교단일기 - 같이 만들어가는 체육 교육과정, 통나무굴리기

종보샘 2016. 3. 4. 07:35
 오늘은 1교시 5-1 체육, 2교시 5-2 체육, 3교시 5-3체육이었다. 첫 시간이니 만큼 아이들과 같이 5학년 1학기 체육 계획을 같이 만들어가기를 원해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체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그동안의 체육수업에 대해 떠올리게 하였다. 학생들은 “피구 많이 하는거요.”, “많이 노는 거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선생님과 함께할 5학년 1학기 즐거운 체육시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질문하니, “많이 놀아요.”, “피구 많이 해요.”라고 말하거나 선생님이 원하는 대답을 예상해서 “규칙을 잘 지켜요.”, “예절 바르게 행동해요.”라고 대답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많이 노는 것, 피구 많이 하는 것들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추출해서 '즐거운 체육 수업을 위해서는 활동을 많이 한다.’로 정의하고 활동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활동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하고 조를 짜는데 싸우거나 활동과 관련 없는 시간을 허비하면 활동 시간을 잡아먹으니 체육활동과 관련 없는 시간은 줄여서 활동 시간을 많이 확보하자로 결론지었다.
 즐거운 체육시간을 위해서 우리나라는 체육 교육과정이 있다고 안내를 하였다. 체육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통해서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여가활동 등 5가지 영역의 활동을 하기를 권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5학년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각 영역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았다. 우리 학교 교과서는 금성-이재용 교과서였다. 건강은 건강 체력, 성교육, 안전교육 부분을 다루고 있었다. 도전활동은 높이 뛰기, 멀리 뛰기, 던지기로 구성되었다. 경쟁활동은 손으로 공 치고 받기, 발, 도구였는데 티볼로 귀결되는 활동이었다. 표현활동은 민속 춤과 세계 여러나라의 춤, 여가활동은 인라인 스케이트와 플라잉 디스크를 제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교과서가 제시한 것이고 관련된 활동은 우리가 바꾸거나 다른 걸 선택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관련된 다른 활동들을 학생들이 제시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제시된 것 외에 여러가지 대체 활동들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제시된 것 중 1학기 동안 같이 할 활동을 골라보자고 하였다. 체력활동은 PAPS 측정하면서 안내할테니 당연히 하고 성교육은 1학기 때 나와 할거냐, 2학기 때 담임 선생님과 할거냐 투표하니 1,2,3반 모두 담임선생님께 배우기를 바랬다. 소수는 “선생님 한테 배우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아이들을 선동했지만 다수결로 성교육은 빠졌다. 안전교육은 내가 전문가라 나에게 받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서 안전교육을 하기로 했다. 도전활동은 교과서에 제시된 올림픽 형태의 활동이 아닌 ‘한발 두발’놀이와 같은 놀이활동으로 도전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경쟁활동에서는 아이들이 교과서에 제시된 티볼, 야구, 발야구 등의 활동을 싫어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그래서 반별로 아이들이 선택한 경쟁활동은 축구, 배드민턴, 농구, 플로우 볼 등 다양하게 선택되었다. 표현활동은 세 개 반 모두 세계춤을 선호하였다. 내심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고무줄(점프밴드)을 활용해 티니클링(필리핀 전통춤)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잘 맞았다. 여가활동은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래서 플라잉디스크, 자전거, 배드민턴, 탁구 등이 선택되었다. 

 같이 체육교육과정 만들기가 끝나고 10~2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안전교육을 하였다.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고 예방을 잘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교육하였다. 그래도 사고가 나면 병원에서 전문 치료를 받으면 되는데 병원에 가기 전에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응급처치를 배워두면 심장마비와 같은 중요한 사고에서 생명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응급처치의 방법으로 쓰러져 있는 환자 발견시 의식확인-119신고요청-자세교정(통나무굴리기) 까지의 단계를 시범으로 보여주고 학생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환자, 이긴 사람이 처치자가 되어 통나무 굴리기법을 실습하였다. 서로 역할을 바꿔서 실습을 하고 수업을 마쳤다.
 어떤 학생은 일부러 수업에 방해되는 말과 행동으로 흐름을 끊어서 “선생님이 지금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해서 화가 났어.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라고 요청하자, 그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긍정적이며 단호한 교사되기’ 첫 단추를 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 반 담임 선생님은 애들 풀어주지 말고 애들 좀 꼭 잡아달라고 했는데 뭐, 그건 자기 스타일이니까~
 
 점심시간에 내 수업동영상을 네트워크 파일서버에 올리고 금요일 수업공감데이에 내 수업동영상을 공개하고 같이 수업분석을 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이런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는데 수석 선생님이 그럼 계획이랑 결과랑 내부결재 받아야 되지 않겠냐며 의견을 내셨다. 난 그냥 결과보고만 간단하게 하면 안되겠느냐, 계획서랑 결과보고서 둘 다 있어야 인정을 해준다면 난 차라리 인정을 안 받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나왔다. 수석선생님의 ‘이왕 하는거 형식에 맞추면 실제 활동에 실적처리도 되고 일석이조다.’라는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그렇게 하면 또 형식에 얾매여서 수업공개를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잃지 말자. 연구수업이나 공개수업은 결국 교사들의 수업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다. 학교평가나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한 수단이 아닌 것이다. 그 평가들에 맞추기 위해서 계획서, 결과보고서 등을 결재 받는 '형식'을 갖추는 것이 연구수업이나 공개수업에 부담이 되면 '형식'이 '본질'을 전도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결국 형식적인 수업, 보여주기식 수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게 내 생각이다.

오후부터는 업무포탈에 결재 대기문서 15건을 처리하고 학교교육계획서 최종편집하여 상신. 15:30에 부장회의하고 마치고 첫 부장회식을 하였다. 간만에 술 마실 기회라 혼자 소맥으로 연거푸 마시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료 선생님이 차로 집에 바래다줘서 잘 들어갔다.